[독서잡기 21-01] 새해 시작을 '백경'과 함께

in hive-160196 •  3 months ago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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새해 연휴 시작부터 <백경> 원 제목으로는 [Moby Dick]을 읽기 시작했다.
열흘이나 걸렸는데 소문난 대작이라 나름 꼼꼼히 읽느라 그랬다고 하기엔 사실 건너 뛴 부문도 좀 있다. 고래학이라고 해도 될 만큼 허먼 멜빌은 고래에 대한 연구를 성서, 신화, 역사, 신문 등 인용할 수 있는 모든 분야를 모았다. 이런 부분들은 조금 대충 읽었다.

홍신문화사는 한 때 그 상큼한 표지 색깔로 인기가 있었다. 그 전에는 세로 쓰기로 된 세계전집 일색이었는데 가로니 왠지 더 신선하고 생동감마져 느껴졌었다. 그랬던 것이 벌써 30년 전 일이고 이 책 역시 너무나 작은 글씨에 오탈자 투성이다. 너무나 명백한 오류 같기에 검색을 해 보니 블로그 주인이 아주 참신하게 번역을 잘 해 놓았다. 그 번역을 읽고 싶었다. 그래서 든 생각 하나. 예전에 내가 읽었던 명작들 중 이해가 어려웠던 것 중의 상당 부분은 번역의 허술함 때문이 아니었을까.

전에 푸쉬킨의 <대위의 딸>을 읽었는데 원본은 당연히 러시아 말로 기록되어 있을 테고 그것을 영국인들이 번역하고 그 영어본을 일본인들이 일어로, 그 일어본을 한글로 번역했으면 참 먼길을 돌아온 거다. 큰 줄거리는 변함이 없겠지만 세세한 묘사가 적잖이 뒤틀렸으리라는 짐작이 맞았더랬다.
이 책 역시 오탈자가 예사로 보이고 무심한 실수가 많다. 요즘 이렇게 출판하면 망할것이다.

그건 그렇고, 백경(白鯨)은 말향고래 (향유고래) 중 특이하게 온몸이 하얀 고래를 말한다. 쉽게 말해 알비노에 걸린 돌연변이다. 이 말향고래들은 머리가 큰데 뇌가 등불용 기름으로 아주 요긴했고 향이 좋아 인기도 좋았다. 고수입을 올릴 수 있었기에 3,4년을 기약하고 포경선이 출항을 했다. 그 중심지 중에 하나가 미국 넨터킷 항이었다.

모비 딕에게 다리를 하나를 잃은 에이허브 선장은 절치부심 이 고래를 잡고야 말겠다고 40년을 연구했다. 최고의 일등 항해사와 작살꾼들을 데리고 출항하는 피쿼드 호에 잡역꾼으로 어렵게 오른 이스마일이 이야기를 풀어간다 .

대서양, 인도양, 태평양을 거쳐 일본 근해에서 만난 백경. 온몸에 작살과 밧줄을 잔뜩 달고도 유영하는 이 경이로운 고래는 피쿼드 호를 산산이 파괴하고 에이허브를 비롯한 선원 삼십여 명을 모두 수장시켜 버린다.

'........ 그 이마에 깃들인 높고 위대하며 신성한 위엄은 무한하고 거대한 것이어서 그것을 정면에서 올려다보는 사람은 신성함과 외경스러운 힘을 느낄 것이다.'(374)

'온화하고 환희에 찬 모습, 무섭게 달리면서도 어떤 강하고 부드러운 안정감이 이 활주하는 고래에 차 있었다...... 저 위대하고 장엄한 지고의 신 주피터도 장엄하게 물결을 헤쳐 가는 이 빛나는 백경을 능가할 수 없었다. 부드러운 양쪽 옆구리, 그곳에서 곧 나뉘어져 일단 떨어지면 끝없이 퍼져가는 물결과 맞추어 그 눈부신 양 옆구리에서 고래는 미혹을 흘리는 것이다...... 매혹하는 듯 조용히, 오오, 고래여! 처음 그대를 보는 만인 앞을 미끄러져 간단 말인가. 일찌기 그런 방법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을 속이고 파멸 속에 밀어 넣었던가'(579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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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금은 바다의 신비로운 동물인 고래인데 예전엔 많은 항구가 포경업으로 붐볐다는 것이 놀랍다. 모비 딕에 관한 에이허브의 미치광이 집념은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스토커의 비극과 닮아 있다. 인간은 얼마나 무모한 열정에 빠지길 잘 하는지.

흠... 우리 steem 고래들도 우아하게 coin세계를 유인했으면 좋겠다.

허먼 멜빌 / 정광섭 역/ 홍신문화사 /1993(원 1851)/8,000원 / 장편소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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맞아요. 스팀 고래... 이 단어 오랜만에 듣네요.

ㅎㅎ 그렇지요? 고래가 선망의 대상이었는데요. 지금도 그렇지만요.

어려워보이는 책 이네요
독서잘하시는분들 보면 부러워요^^
저는 엉덩이가 가벼워서

캡틴님은 다른 걸 잘하시잖아요. 그거 포스팅 하시면 됩니다. ㅎㅎ

@zzan.admin님이 당신을 멘션하였습니다.

https://www.steemit.com/@zzan.admin/tyqlb-18-zzan

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. ㅎㅎ

@jjy님이 당신을 멘션하였습니다.

https://www.steemit.com/@jjy/18

우리는 고래를 잡아서 고래가 될 수 없음..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

ㅋㅋㅋㅋㅋㅋ

어릴 때 몇번이나 읽다가 끝까지 완독 못했던 책이네요...ㅜ
저도 점점 미디어에 익숙해져서 요즘은 종이책 읽는 것이 참 어렵더라구요.
작년에 '밀리의서재'인가 신청해서 오디오북을 꽤 듣긴 했는데, 종이책 같은 맛은 안 나더라구요.
중간에 어중간하게 끼여서 독서량만 줄고 있는 듯합니다.ㅜ

듣는 책 선호하는 분들 많더라구요. 읽는 책이 좀 부담되긴 합니다. 시력이 자꾸 떨어져서요.

오래 소장하신 책으로보입니다.
가장자리가 누렇게 변한 게 보입니다.
독서가 이렇게 무거운 유혹이 될 줄 몰랐습니다.

ㅎㅎ 어디서 폐기도서라 해서 냉큼 받아 왔어요.

오래 전에 읽었습니다.
tv 명화극장 같은 프로에 흑백영화로도^^

아, 그러셨군요. 전 이제야.... ㅎ

저는 꼼꼼하게 읽으면 숙면으로 ~~